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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1월 10일
교양의 속성에 대하여

이제 조금 조용해졌으니 저같이 소심한 사람도 말을 해도 될 기회가 온 듯 하군요. 일단 링크 두 개 걸고 시작합니다.


교양있는 대학생의 환상
교양 논쟁에 대한 몇 가지 문제


어느 사회든지 범사회적으로 사람에게 요구하는 기본적인 지식이 있긴 하죠. 그런걸 보통 일컬어 상식이라고 하는 것 같더라구요. 교양도 분명히 지식이긴 한데, 딱 말만 봐도 상식과는 거리가 멀어보이죠? 그렇다면, 아주 거칠게 말해서 교양은 상식에 비해서는 분명히 잉여적이고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않는 지식의 범주에 들겠지요.


물론 제가 너무 세속적으로 말하는 것 같기는 하지만 제가 여지껏 들어온 교양에 대한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의미는 거의 대부분 <대상을 곱씹어 자기맥락화한 뒤 그것을 보편화시켜 자신의 세계관으로서 제시하고 그것에 삶을 일치시키는 과정>보다는 어떤 특정한 지식들을 지칭하는 것에 가까웠으니까요.


그러면 교양이 과연 일부 사람의 생각처럼 상식보다 우위에 서는 지식이냐고 물으면 전 긍정적인 답을 내어놓기가 어렵네요. 물론 지행합일이 이루어지고 올바른 행동을 뒷받침해주는 지식쯤 되면 지식의 우열이라는 것도 있을 법하지만 사람들이 보통 교양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저런 지식들보다는 좀 더 많은 파편화된 지식을 지칭하는 듯하네요. 그리고 순전히 지식자체만 놓고 본다면 효용성─극단적으로 말해서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주냐─같은 기준을 제시하지 않는한 우열을 가리는 것은 식자들의 잘난 체에 불과하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이렇게 비관적으로 생각한다면 위에 링크한 sonnet님의 글에 나오는 표현을 일부만 빌리면 교양이란 '엘리트-유한계급'의 장난감이상의 무언가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죠. 게다가 알고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사람을 비대칭적으로 구별한다는 점에서 계급차별의 요소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겁니다만 그래도 단순히 이렇게 냉소적으로 깔보기만 하는 것은 온당해 보이지 않네요.


여기서 가만히 생각해보면 교양있기를 요구받는 사람들, 즉 엘리트-유한계급은 일차적 생산에 종사할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즉 밥벌어 먹고 사는 일에는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란 말이죠.(사실 그렇지 않다면 많은 시간을 들여서 당장 쓸모도 없어보이는 지식을 공부하기도 쉽지 않죠.) 하지만 직접적 생산은 하지 않으면서도 소비를 하는 행위가 정당성이 있으려면 하다못해 간접적으로라도 사회에 기여해야겠지요.


제대로 된 의미의 교양이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 이와 같은 유한계급의 사회에 대한 간접적인 기여가 궁극적인 목표가 되어야 할 듯 합니다. 비록 밥과 떡은 만들지 않지만, 노동에서 벗어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수행할 수 있는, 인간 사회가 나아가야할 올바른 방향을 알고 때로는 실천도 하는 뭐 그런 바람직한 인간상 말이죠.


하지만 옛날이 어떠했는지는 사실 잘 모르니 현재만 얘기하자면, 활자로 된 교양의 지식이 정말로 공감할 만한 당위를 제시하는 경우도 드물고, 설령 제시한다 하더라도 구체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하며 설득력까지 있는 경우는 더욱 드문 듯하네요. (음 여기에서 설득력이란, 단순히 논리적으로 말이 되는게 아니라 독자가 실제로 행동하게 만드는 능력이라고 하죠. 고립된 지식이 아니라 당위에 있어서는 실제로 드러나는 행동이 중요하다고 보니까요.)


이미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 생각이 너무 허술한 바가 많아서 더 이상의 망상은 실제와 동떨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한 가지 추측정도를 하는 것을 이 글이 잡담이라는 것을 핑계로 저 스스로를 허락하고 계속 해보도록 하죠.


이 글의 초반부와 sonnet님의 글에 나오는 바와 같이 순전히 유한계급의 유희로서의 교양이라면 그것은 선택가능한 취미일 뿐이지 없다고 개탄할 성질의 것은 전혀 아니므로 여기서는 다루지 말도록 하죠.


하지만 방금전에 말한 것처럼 인간사회에 필요한 당위를 역설하는 의미에서의 교양이라면, 교양의 수요자가 아니라 생산자들─즉 보통 지성인이라고 불리는 극소수의 엘리트들─에 대해서도 몇 가지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 있군요.


한 명의 인간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에는, 그 사람을 고집불통이라고 부르면 되죠. 하지만 대규모 집단을 설득하는 것이 어려울 경우는 좀 다르죠. 하늘이 정해준 절대적 당위 같은 것을 현실에서 찾을 수 없는 이상은 (종교에서 말하는 계율이나 칸트가 말하는 정언명령조차도 관련없는 사람에게는 헛소리에 불과하죠.) 설득의 책임이라는 것은 설득하는 쪽에도 분명히 있으니까요.


이렇게 순전히 설득이라는 관점으로 얘기를 돌려보면, "이러한 당위를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너희들에게 문제가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이 설득에 있어서는 최악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한국 교회의 길거리 전도의 성공률을 생각하면 왜 그런지 쉽게 알 수 있겠네요.


물론 제게 어떤 대안이 있다고 이런 소리를 가볍게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성인─위에서 말했듯이 전 이 단어를 (잠재적) 교양인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사용해요─에게 계몽이 일종의 의무라면, 단지 시대나 상황이 안 좋다는 이유로 의무를 방기하는 것은 분명히 그들이 생각하는 당위에 어긋난다고도 볼 수 있겠죠. 게다가 위에서도 말했지만 전 이런 종류의 의무는 긍정적 결과가 있을 때만 성공적으로 행했다고 보니까요. 사실 이런 고민은 해당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므로 제가 더 이상 언급하는 것은 부적당하네요.


사실 저 자신은 조금 온당하게 봐줘도 교양인과는 거리가 한참 먼 사람입니다. 따라서 이 글에서 적은 많은 내용은 완전히 가치없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정말로 유한계급이 추구해야 할, 윤리적으로도 옳은, 교양이란 것이 존재한다면, 최소한 그 내용을 쉽게 접근 가능하고 설득력  있는 형태로 정제해야할 필요 정도는 있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다면 링크한 글들에서 드러나는 냉소를 피할 길은 없어보이거든요.

 

덧. 이 주제에 관련해서 있는 많은 글들이 올라왔지만 두 가지 글만 링크한 이유를 들자면, 내용정리가 잘 되어있으면서도 가독성이 좋아서라는게 대답이 되겠네요. 전 활자의 (보편적) 설득력에서 가독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굉장히 높게 보니까요.


또 덧. 제가 이 글에서 분류하여 사용한 교양의 두 분류가 실제로는 분리불가능한 하나의 개념이 가지는 두 가지 속성일 가능성을 부인하지는 않겠지만 제 시각으로는 분리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에 따로 썼습니다.

# by 네모세모 | 2007/11/10 22:12 | 잡사니 | 트랙백 | 덧글(9)
2007년 10월 14일
알림 4. 음악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최근에 추가한 음악포스팅으로 음악 포스팅이 세 개로 늘어난 기념으로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만 소소한 취미활동인지라 글이 추가되는 주기는 지극히 느릴 것 같군요.
# by 네모세모 | 2007/10/14 18:22 | 알림 | 트랙백 | 덧글(4)
2007년 10월 13일
가슴 깊숙히...


간만에 기분내서 짧은 연주 하나 올립니다. 뭐랄까 그냥 저녁무렵에 갑자기 이 곡이 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가을 저녁에 딱 어울린다는 느낌 같은 것 말이죠. 그래서 몇 달째 먼지만 맞고 있는 악보를 꺼내서 가볍게 손을 풀고 간단하게 쳐서 올려봅니다.(그래서 그런지 조금 미숙한 부분이 많군요.) 살짝 우울한 느낌이 있으면서도 물 흐르듯이 흘러가는 멜로디가 마음에 와닿는 곡인데, 음 잘 표현이 되었는지 모르겠네요. 아, 곡이 갑자기 끝나는데, 원래 곡의 초반 멜로디만 연주하고 끝낸 거라서 그래요. 갑자기 꺼낸 악보라서 연습할 시간이 없었다는게 변명이라면 변명입니다. 언젠가 맘이 생기면 다시 연습하고 칠 날이 있을지도요.

덧. 실수로 글이 지워져서 다시 올립니다.

또 덧. 채보해주신 Xenogan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또 덧. 잡음이 심하네요. 볼륨 조절을 실패했군요. 녹음실력이 아직 부족함을 느낌닙다. 이쪽 방면의 고수가 계시면 가르침을...
# by 네모세모 | 2007/10/13 02:49 | 음악 | 트랙백 | 덧글(3)
2007년 09월 30일
어디선가 본 황당한 광고

소비자의 눈길을 끌어야하고 상품에 대한 호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광고의 목적인 이상, 어느정도의 포장과 이미지 전략은 저에게 있어선 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전지현은 자신이 선전하는 샴푸로 머리 안 감는다는 것 정도는 아니까요.(이를테면 이런 심정)

하지만 제가 최근에 본 온라인 게임의 바탕화면 이미지는 그 정도를 넘어선 것 같습니다.



이미지 오른쪽 아래에 쓰여 있는 것처럼 저 이미지는 o-game이란 게임의 바탕화면 입니다. 물론 o-game은 저 이미지만 봐도 알 수 있다시피 우주를 배경으로 전함들이 전투를 벌이는 형태의 온라인 게임입니다만, 어떤 미사여구로도 저 바탕화면과는 어울리지 않는게 o-game은 텍스트게임이거든요.(그나마 그 텍스트란게 어떠한 묘사도 없이 거의 대부분이 자원이 얼마니 전함이 몇대니 공격력이 얼마니 하는 숫자들입니다.) 혹시라도 저 이미지를 보고 o-game을 해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할 지가 궁금해지는군요.

덧. 잘 만들어진 텍스트게임들이 흔히 그렇듯 o-game은 전략적으로 매우 재미있는 중독성 게임입니다. 단 텍스트만 가지고도 게임하는게 익숙해야겠지만요.

또 덧. 이 글에서 쓴 이미지의 출저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번째 이미지는 '매거진T'의 '루나의 T타임' 2007년 6월 18일 연재분 '이건 구매욕도 아니고 식욕도 아니여'의 이미지를 일부만 가져온 것이며, o-game의 바탕화면 이미지는 o-game 한국 홈페이지의 스크린샷 메뉴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 by 네모세모 | 2007/09/30 19:02 | 잡사니 | 트랙백 | 덧글(2)
2007년 09월 28일
오늘 있었던 짤막한 대화

오늘 caya님을 만날 일이 있었습니다. 별 의미없는 잡담을 하다가 갑자기 나온 대화가 기억에 남는군요.


caya : 불면증엔 뭐가 좋을까?

네모세모 : 술.

caya : 아니 좀 '좋은' 거 말야.

네모세모 : '좋은' 술─이를테면 추석에 고향 집에서 한 병 가져온 와인이라던가요.

caya : 아놔.


아 물론 진지함  따위는 1그램도 없는 농담이었습니다만, 불면증은 사실 저렇게 웃어넘기기엔 좀 심각한 병이죠. 아마 저는 잠이 너무 많아서 탈인 사람이라서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농담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덧. 사실 전 고귀하신 와인님을 겨우 잠을 청하려고 영접하는 것은 와인님에 대한 모독 이전에 심각한 돈 낭비라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또 덧. 위의 대화에 나온 와인은 같이 마실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caya님은 물론이고 다른 지인들도 환영합니다. 술은 지네스떼 마스까롱 메독, 2005년산입니다.

# by 네모세모 | 2007/09/28 00:22 | 잡사니 | 트랙백(1) | 덧글(10)
2007년 06월 20일
문장 여덟 : 돈을 버는 방법?

"돈을 버는 방법은 두 가지야. 하나는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하는 것이지."


 

제가 처음으로 술을 마셨을 때 함께 있어준 친구가 몇 달 전쯤에 한 말입니다. 저 말은 그 친구가 막 직업전선에 뛰어들 무렵에 한 말이에요.


마침 친구가 저 말을 하고 있을 때 TV에서는 육중한 배기음을 내뿜는 레이싱 카들이 화면을 가르고 있었습니다. 그 장면을 보고 제가 입을 열었는지 그 친구가 입을 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남들이 못하는 일이란 저런 것이겠지..."라고 누군가 말했고 다른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만약 사람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정말로 선택이라는 것을 할 수 있다면, 누군들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하겠습니까? 그 친구는 성실하고, 유능하고, 꿈도 있었지만... 그 친구 역시 남들이 못하는 일을 해서 돈을 벌 수는 없었던 듯하군요. 위로가 안 되는 줄은 알지만 그래도 안정적이고 간판 좋은 직장에 들어가니 다행이란 덕담이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좀 시간이 흐른 후, 그 친구에게 짧은 전화가 왔습니다. 신입사원 연수 중이라더군요. 많이 힘드냐고 물었을 때, 그 친구는 피식 웃으면서 평소에 안 하던 운동한다는 셈치고 산다고 했습니다.... 그 짤막한 대화가 통화의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다음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삼성 신입사원 매스게임 동영상 인기폭발

예, 안정적이고 간판 좋은 직장.... 그 친구가 들어간 바로 그 회사입니다. 공돌이/공순이라는 자조적인 별명으로 스스로를 일컬으며 학창 시절 내내 프로젝트 때문에 밤새기를 밥먹듯해서 간신히 들어간 직장에서 저런 것까지 해야만 하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곧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그 친구는 대학교 다닐 때 먼저 직장에 간 동문 선배들이랑 얘기를 많이 해봤다고 말했던 기억이 났거든요.


아마 저 위에서 언급한 돈을 버는 방법 운운한 말을 내뱉었을 때, 그 친구는 자기가 갈 길에 대해서 최소한 지금 제가 아는 것보단 많이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 친구가 한 마디로 압축한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에는 틀림없이 저 동영상에 나온 일도 포함되어 있겠지요. 그런 것도 모르고 그저 고개만 끄덕였던 몇 달 전의 제가 좀 한심해지네요.


시간이 나면 그 친구에게 연락을 해봐야겠습니다. 아마 이번에도 제가 계속 듣는 입장이 되겠네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해지네요.


 

덧. 매스게임을 포함한 집단적 행사가 무조건 쓸모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그랬다면 원시시대의 제의에서 시작되었을 집단적 행사가 현재까지 살아남았을리가 없죠. 전 단지 제가 잘 아는 친구의 관점에 이입해서 써보았을 뿐입니다.


또 덧. 저는 공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사람으로 공대에 대한 묘사에는 과장/왜곡/허위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양하해주시길.

또 또 덧. 원래 이 글은 며칠 전부터 쓰려고 하고 있었는데 쓰고 나니까 언론에도 올라와있네요. 뉴스비평에 트랙백해도 괜찮겠지요?

# by 네모세모 | 2007/06/20 21:33 | 문장 | 트랙백 | 덧글(6)
2007년 06월 12일
책 단상

며칠 전의 일입니다. 그냥 평소에 가는 길을 지나가다가 우연히 어느 서점 근처에서 (오랫동안 안 팔린 재고인 듯한) 책들을 떨이로 파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침 시간도 있고 해서 그 책들을 살펴보다가 예전부터 기회가 되면 구해볼까...라고 생각하던 책을 발견했습니다. 정말로 싸더라구요. 솔직히 3백페이지짜리 책이 6천원이면 진짜 종이값만 받고 파는 거죠. 기분좋게 책을 사고 집에 돌아와서 그 책을 책장에 꽂아놓고 나서야 약간의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그 책을 눈여겨 본 지도 이미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았거든요. 1년전에 그 책을 안 구한 이유라면 순전히 좀 구하기가 까다롭고 비싸서거든요. (음 그 책 한권만 치자면 정말로 못 살만큼 비싸진 않겠지만─한 5만원 정도일거에요─한번 "지르기" 시작하면 계속 지르게 되는 점을 감안할 때 아직 안정적인 수입이 확보되지 않은 제 재산사정상 무리인듯 하군요.) 뭐 간단하게 말하면 가지고 싶은 책이긴 한데 좀 희귀하다....라고하면 되겠네요.


이런 일이 한 두번도 아니니 아마 많은 애서가들이 보기엔 전 애서가의 조건에 전혀 부합되지 않겠지요. 일단 책 사는 일에 별 흥미가 없고, 게다가 책을 많이 사거나 보지도 않는 것 같네요. 이른바 소비문학이라고 불리는 만화책 판타지...를 빼고 나면 1년에 책 한 다섯 권 정도 혹은 그보다 조금 많이 읽을겁니다.


게다가 스스로 생각해봐도 책에 대한 태도도 지극히 불량합니다. 뭔가 깨작깨작 먹으면서 책보다가 책을 더럽히는건 아예 일상생활이고, 덤으로 전 책에다 낙서하는 습관도 있거든요. (그래서 전 책을 빌려보는걸 싫어합니다. 제가 빌려주는건 별 상관없지만 너덜너덜한 제 책을 빌려가는 사람은 별로 없더군요.) 그리고 이건 진짜 애서가들이 들으면 경악할 일인데... 냄비받침으로 책을 쓰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이건 순전히 지금도 부엌에서 잠자고 있는 '진짜' 냄비받침이 냄비에 비해서 크기가 너무 작아서 쓰기가 불편해서 그래요... 에휴)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책 자체를 싫어하거나 경시하는건 아니거든요. 비록 많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책은 시간나면 까금씩 꺼내서 읽는걸 소일거리 중 하나로 생각하니까요. 이 정도면 제 기준으론 책 읽기도 당연히 중요한 "취미"중 하나인데 독서라는걸 뭔가 특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이글루에 와서야 실감하게 되었어요. 저로는 좀 이해가 안 가지만 말이죠.


어쩌면 제가 너무 가벼운 독서를 즐기는 걸 수도 있겠죠. 위에서 이미 밝혔듯이 전 책이란 물건에는 아무런 애착이 없어서 읽는데 문제만 없다면 어지간히 훼손되는건 신경도 안 쓰고, 책을 읽는 데도 무언가 집착을 하는 편이 아니니까요.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을 읽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무언가 무게감--;;이 있어보이는 책을 읽어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책의 저자나 책이 쓰인 시대나 상황 등 책 밖의 요소에 대해선 아예 관심이 없고, 열심히 읽어야 한단 생각을 안하니까 읽을 만하면 쭈욱 읽고 안 그러면 그냥 5분만 읽다가 덮어놓고 나중에 다시 읽는 편이죠. (그래서 1년내내 다섯 권 정도 밖에 안 읽고 읽다가 저도 모르게 잊혀지는 책도 많아요.)


그리고 책 쓴 사람에게는 꽤 미안한 일이지만 저한테 책이란 그냥 읽을 물건이라서, 읽고 나서 우와~ 이러저러한 것을 알았다/혹은 이러저러한 채밌는 책을 읽었다고 방방뛰는 일도 꽤 드물고 그냥 음 재밌는데? 하고 혼자서 묻어두고 마는 편입니다. 좋게 말하면 차분하고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냉담한 편이죠.


하지만 전 현재 이대로의 말랑말랑한 취미 생활로 즐기는 독서가 저한텐 딱 적당하다고 봅니다. 전 먹고 실기도 바쁜 세상에 취미 생활도 복잡하게 하기엔 꽤 게으른 사람이거든요. 저한테 뭔가를 한다는 건 그냥 하면 되었지 이거저거 따져가면서 하는게 아니니까요. (이래서 전 뭔가 발전이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덧. 이글에는 한 때 이글루에 떠돌던 독서문답을 보고 든 생각이 좀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좀 진지한 독서가들을 위한 문답이라더구요. 그래서 해보려고 하다가 말았습니다.


또 덧. 가만히 생각해보니 전 다른 물건들에 대해서도 물건 자체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군요. 에 그냥 제가 가진 돈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사는데 몸이 적응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또 또 덧. 이 글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전 무언가 매니악-_-한 취미를 가지는 현상에 대해서는 이해가 꽤 부족합니다. 그런데 말이 매니악이지 꽤 많은 사람들이 나름대로 매니악한 취미를 가지고 있더라구요... 대체 어떤 원동력이 있길래 다들 그렇게 열심히 취미 생활을 즐기는지 모르겠습니다. 혹시 아는 사람은 간단하게 귀띔이라도...

# by 네모세모 | 2007/06/12 18:52 | 잡사니 | 트랙백 | 덧글(0)
2007년 05월 24일
물

물은 사람들이 마시는 다른 음료와는 사뭇 다르다.

물은 사람의 마음을 비우고
안정적으로 고요하고 청명하게 만든다.

갈증을 해소하는 용도로 마시는 사람도 있고
물에 첨가해서 먹는 것들-당분 카페인 알콜 그 외 다양한 것들-로 인한 맛에 먹는 경우도 있으나

어쨌건 순수한 물은 머리가 "깨끗해진다"는 느낌을 들게만든다.

이런 작용을 하는 음료는 매우 드물다.

비록 차가 사람을 차분하게 하고 기분을 가라앉히긴 하지만
머리를 깨끗하게 하거나 완전히 비우는 느낌을 내지는 못하며

알콜이 기분을 이완시키긴 하지만
그것은 단지 생각을 죽이는 것에 불과하다.

나같은 사람의 경우
그 맛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물을 마심으로 인해 생활에 안정을 주고
조금이라도 이성의 활동을 도와 주니 참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덧. GeneA님의 글 커피에서 트랙백해왔습니다. GeneA님의 글과 비슷한 어조를 유지하게 위해 반말투를 썼으니 양해바랍니다.

또 덧. 생택쥐페리의 글 "인간의 대지"를 추천해드립니다. 저의 짧은 지식 내에서 그 어떤 글도 생택쥐페리의 글만큼 물에 대한 찬사를 바치진 못합니다. "어린 왕자"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줄 겁니다. 시간 나면 꼭 읽어보세요.

# by 네모세모 | 2007/05/24 14:28 | 잡사니 | 트랙백 | 덧글(6)
2007년 03월 18일
연애바톤
caya님께서 바톤을 넘겨주셨군요. 무려 연애바톤이랍니다. 그럼 시작합니다.


상대의 연령의 상한하한, 어디까지 괜찮아?

일단 사람을 보고 생각해야죠. 지금까지의 취향으론 저랑 그리 동떨어지지 않은 나이대가 좋은 하더군요.


이상은 연하, 동갑, 연상중?

왠지 동갑같네요.


좋아하는 이성인 유명인을 마음껏 써보세요.

보기에 즐거우면(...) 누구나 환영.


이렇게 되고싶어! 라고 동경하는 동성인 유명인을 가르쳐주세요.

역시 보기에 즐거우면(휴) 누구나 환영.(취향한번 단순합니다.)


연애는 최선을 다하는편? 상대방으로부터 최선을 다해지는 편?

제가 대충 살아도 상대방이 잘해주면 좋겠지요^-^? 음 너무 이기적인가요. 모르겠어요. 좋아하는 만큼만이라도 잘해주자고 생각하고 있는데... 실제로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데이트할때는 각자 부담하는게 당연?

말은 맞는데요... 그게 말이죠... (삐질; )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있다면 미팅같은건 있을 수 없어?

그러다간 왠지 죽을지도 모를 것 같습니다.


연애를 위해 노력하는 일은?

제가 소심해서 그런지 그저 "인연을 기다릴 뿐"인것 같습니다. (죄송해요 저 원래 이래요.)


연애에서 상대에게 요구하는 것은?

따뜻함. 관심.


이상적인 데이트 플랜(코스, 계획)은?

봄이라면, 제 공개화면에 있는 곳 같이 벚꽃이 흩날리는 곳.
여름이라면, 햇살과 물소리가 동시에 느껴지는 곳...이 아니라 그런 곳이 자알 보이는 에어컨 잘 틀어놓은 제 취향에 맞는(이전에 쓴 글을 보세요^^) 까페
가을이라면 제가 사는 동네의 뒷산 정도로 단풍과 낙엽이 좋은 곳.
겨울이라면 그저 따뜻한 데면 아무데나 (어이)


「연애에는 ○○가 중요(소중)」○○에 들어가는 것은

배려


자기보다 학력등이 높거나 낮은쪽중 어느 쪽이 좋아?

제가 그런거 따질 처지가 좀 못되거든요;;

 
지금까지 가장 웃겼던 연애 에피소드를 여기서 하나

그런건 상대방을 배려해서라도 안 쓰겠습니다.


실연하면 듣는 곡은 밝은 곡? 아니면 수렁에 빠지는 곡?

서태지와 아이들, "널 지우려 해", 아 복고취향이네요. 근데 이거 밝은 곡인가요 아니면 수렁에 빠지는 곡인가요...;;


친구의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좋아하게 되면 어떻게 해?

그때가서 생각해보아야겠지요....가 아니라 경험상 아무것도 못하고 질질 짤 것 같네요.


고백은 자신이 해?

필요하다면요.


지금 까놓고 말해서 연애중 또는 신경쓰이는 사람 있어?

에헤 그런건 묻는게 아니에요^^


좋아하는 색은?

파란색에 가까운 우수를 띈 진한 보라색, 밝은 오렌지 색, 싱그러운 파스텔톤 연두색, 때묻지 않은 하얀색, 고풍스러운 칠흙같은 검은색


휴대폰의 색은?

하얀색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꾸질꾸질한 색.


당신의 마음의 색은?

방금 전에 나온 보라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다음의 6가지 색에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해서 바톤을 돌려주세요.
(빨강, 파랑, 초록, 핑크, 검정, 흰색)

이전에도 그랬지만 가지고 가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가져가시길 바랍니다.
# by 네모세모 | 2007/03/18 20:11 | 잡사니 | 트랙백 | 덧글(2)
2007년 03월 17일
초보의 CPU 관찰기
최근에 모종의 일로 컴퓨터를 해부할 일이 있었습니다.

저같이 거의 타고난 기계치에게 컴퓨터의 분해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닙니다. 몇 년전에 컴퓨터를 열어본 기억에 의지하면서 조심조심 메인보드에서 각종 케이블과 카드들을 하나씩 제거해나가다 저의 손이 멈춘 것은 CPU를 메인보드에서 분리할 때였습니다.

전 제 컴의 CPU를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었던 겁니다. CPU를 샀을 때도 메인보드와 같이 사서 조립된 상태로 받아왔고, 그 이후로 신경 쓴 적이 아예 없었거든요. CPU만 붙어있는 상태의 초라한 메인보드 앞에서 저는 한동안 망설이다가 이것도 인생경험이라고 생각하고 CPU쿨러의 전원 케이블만 분리한 후, 막무가내로 CPU쿨러의 덮개부터 문자그대로 잡아뜯기 시작했습니다.(...)

CPU쿨러의 덮개가 거의 부러질 정도로 덮개를 흔든 후에야 덮개를 뜯을 수 있었고, 그 사이에 어느새 쿨러는 반쯤 메인보드를 벗어나 있었습니다. 위화감을 느낀 것은 이때부터 입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CPU의 하드웨어 설계 혹은 그 물리적 구동원리를 아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을 것이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누구나 CPU가 컴퓨터의 가장 핵심부품인 것을 알고 있을 겁니다. 컴퓨터가 실제로 하는 연산이 다 일어나는 곳인 CPU, 오만 장치들이 덕지덕지 붙어있는 메인보드에서도 육중하기 짝이 없는 껍데기로 쌓여있어서, 저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기계치라도, "아 저기가 바로 CPU의 옥좌구나"라고 바로 알 수 있는 곳에 있는 CPU를 태어나서 처음으로 맨 눈으로 확인하려는데, 뭔가 이상한 겁니다.

CPU 쿨러를 잡아 들어올리는데, CPU를 감싸고 있을 껍데기라고 생각하는 부분 전체가 다 같이 따라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거의 사람 주먹만한 쿨러와 CPU 껍데기(?)가 메인보드에서 떨어져 나오고 나서야 전 그 육중한 부품 전체가 CPU쿨러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메인보드 바닥을 보니, 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의 길이를 가진 작은 칩 하나가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전 CPU가 얼마나 작은지 그때 처음 알았던 거죠. 막연히 중요하다고 들었고, 비싼 줄도 알고 있어서, 무언가 거대한(...) CPU를 상상했던 제 자신이 조금 한심하게 여겨졌을 정도로 CPU는 작았습니다.

정말로 안전하고 깊숙한 곳에서 보호되고 있었기에 몇 년이 지났지만 먼지 한톨도 묻어있지 않은 CPU를 조심스레 집어들었습니다. 밑바닥을 보니, 다른 기기와는 달리 핀이 다 따로 떨어져 있다는 것, 그리고 핀들이 정사각형 형태로 배열되어 있다는 것만 말고는 딱히 달라보일 것도 없는, 그저그런 컴퓨터 부품이었습니다.

원래 목적이었던 컴퓨터 부품의 수리 및 교환은 제 지갑의 두께를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것만 빼고는 별 문제 없이 끝났고, 저는 또다시 조심조심 CPU를 메인보드에 장착시키고, 육중한 쿨러를 덮었습니다. 몇 년만에 바깥세상 구경한지 채 하루도 안 되에서 다시 쿨러에 덮이는 모습을 보니, 이전에는 빛나는 옥좌로 보였던 CPU의 자리가 왠지 감옥처럼 보이기까지 하네요. CPU가 다시 햇빛 구경할 때는 아마 자기 수명이 다한 뒤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때까지 아무 탈 없이 잘 돌아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PS. 옥좌이자 감옥이란 생각을 하니, 르리에(R'lyeh)가 떠오르는 건 아무리 봐도 뭔가 잘못된 망상인듯합니다. (알아먹을 사람들만 알아듣길...)
# by 네모세모 | 2007/03/17 19:01 | 잡사니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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